말하는 건축가 (2012)

3월 8일에 시네코드 선재에서 하는 걸 봤다.
일단 총평을 하자면, 그동안 여타 언론이 띄워주려고 노력한 스타건축가들 때문에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가치있는 한 건축가가 이렇게라도 알려지게 된 것이 좋은 일일 것이고, 영화감독에 의해 이렇게 뒤늦게나마 무주 안성면 면사무소(1998)와 무주 공설운동장(1999)이 재발견된 일은 무척 아쉽지만 기쁜 일이라 하겠다.

앞서 언급한 두 건물에 대한 이야기는 EBS 지식채널에서 한번 다루어서 아래 링크로 걸어두니 관심있는 분들은 다들 보시라. 사실 그 영화에서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느낀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지식채널에서 거의 다 다룬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먼저 영화 '말하는 건축가'가 이렇게 약소하게나마 어느정도 팔릴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오히려 한국에서 대중이 '건축가'라는 직업이 어떠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판타지를 잘 보여준다고 본다. 그래서 오히려 진짜 필요한 부분데 대해서는 (말하는 건축가가)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무주 공설운동장 에피소드에서 정기용 선생이 직접 하는 말로도 확인이 되는데, '30개의 프로젝트'를 '설계비도 (거의) 받지않고' 완성한 것이 이렇게-그 동안 수시로 문제가 되어왔던 많은 건설비가 들어가는 호화건물에 대비해서도- 사람(과 자연)을 중심에 생각한 훌륭한 결과물이 탄생한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는데 대해 나는, 사람들이 한때 문화계의-그리고 흔치않게도 한국건축계의-화두로 떠올랐던 승효상 선생의 '빈자의 미학'에서 갈구했던 욕망을 다시 한번 다른 형태로 발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른바 한국에서 농담삼아 많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친구에게 하는 이야기: "나중에 건축가 되면 우리집 싸게 좀 지어줘."의 환상을 구현하는(영화 내의 버드나무집 프로젝트까지 보자면) 거의 완벽한 버전이 바로 정기용 선생이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정기용 선생의 저 말-30개 프로젝트를 설계비도 거의 받지않고-은 사실이기까지하다. 정기용 선생의 의도와 선의를 모르는 바가 아니고, 그렇게라도 저런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훌륭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건축계의 입장에서 보았을때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차세대에 이 직군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에게 사업적으로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겨두었기 때문이고,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또한 나쁜 관행과 어두운 미래를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에 건축비평가 이종건 선생이 말한 '(3세대) 건축가들이 건축을 페티시즘적으로 바라본다'는 말은 생각해보면 정말로 뼈아픈 지적인데, 아마 그것은 페티시즘적으로 바라보는 지점과 이유가 달라서 그렇지 한국인의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특히 한국같이 건설업이 전체 경제부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큰 곳에서는 말이다. 문제는 젊은 건축가들이라고 해서 별로 그 페티시즘적 시각에서 자유로운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더 퇴보한 것일 수도 있는게, 그 전에는 그나마 '지어진 건물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끝내주는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더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는 것이다. 젊은 건축가들은 더 주의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 P.S: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젊은 건축가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받은 미공개컷이 있다는데, 그건 정말 공개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접어두었으니 궁금하면 보시고.


미공개컷 열기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트위터에 짧게 한번 언급을 했었는데(링크1, 링크2) 이제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일반론적인 질문은 건축가에게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다. 굳이 물어보고 싶으면 'OOO의 건축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해라. 건축도 분야가 엄청나게 많고, 사람들마다 전문분야도 다르며, 그 분야마다 시각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트위터에서 말했던대로,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한 왜곡된 환상이 있는것 같은데 그걸 걷어내야하는 것은 우리세대의 일이겠지만, 저 인터뷰 영상을 보고있으면 한숨밖에 안나온다.

* P.S 2: 오랫만에 쓰니 글이 횡설수설이다. 시간 많으니 다시 글 종종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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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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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포스터. 네이트 무비에서 가져옴.

때 : 2009년 8월 22일 23시25분~02시00분
장소 : 대학로 CGV 7관

뛰어난 스펙터클에 버무려넣은 진한 한국의 이야기

 사실 국가대표 티저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제목도 그렇고해서 또 민족주의 정서를 건드리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별로 안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정서가 비슷한 형의 강력추천으로 볼 마음을 먹었고, 결국 봤는데... 아, 이 영화 굉장히 제대로다.

 뭐 스토리야 생각해보면 굉장히 "전형적인" 편이라 스포일러를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좀 축약해서 말하자면 '우생순'의 동계올림픽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스펙터클"이 아닐까한다. 영화의 절정부분인 나가노올림픽 경기장면에서는 긴장감과, 그 스키점프 할 때의 날아가는 듯한 장면의 시퀀스, 그리고 약간은 신파적인 휴먼드라마를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그 스키점프의 스펙터클이 워낙에 강렬한데다 긴장감도 꽤나 적절히 유지해내고 있어 짧지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극도의 흥분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해운대'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우위다.

 그리고 이 영화의 두번째 미덕은, 감독이 별로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사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꺼내서 드러내고 있다는데 있다.
 첫째는 체육을 철저히 '사업'의 입장으로만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다. 팀 자체가 무주올림픽 참가를 위해 급조로 구성된 팀인데, 무주 올림픽이 무산되자 바로 해산시켜버리는 것. 그리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이유는 '쓰레기'들이 '실적'을 가져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실적'이 없었으면, 그들은 가차없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아마 이 영화도 없었겠지. 또, 무주의 스키점프대. 그리고 평창에 또 세워졌을 스키점프대. 우리나라에 5명밖에 없는 스키점프선수가 그걸 쓰고 있지 않다면, 그 시설들은 지금 대체 어떻게 되어있을까?

 둘째는 사회복지. 이들이 학생일 때는 나름 잘 나가던 스키선수들이었는데, 스키점프팀을 구성하려고 사람들을 모을 때는 이미 '하층민'이 되어있다. 특히 이들로 하여금 "스키를 팔아 버"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한국의 상황, 그리고 군대를 피하기 위해서 눈꼽만큼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국가대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또 최악의 경우 메달을 따지 못하면 자기만 바라보는 가족들을 돌볼사람조차 없게 되는 상황, 엄마가 가난해서 아이를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 버렸음에도 몇십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은, 좀 과장되긴 했지만 한국에서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 굉장히 잔인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너무 익숙한 것이다 보니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정리하겠다. 이 영화는 크게 두가지 미덕을 가진다.
첫번째는 "굉장히 한국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인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개개 등장인물들의 배경을 굉장히 상세히 받아들일 수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 이것은 외국 사람들이 봐서는 이해가 안될 코드들이 엄청나게 깔려있기 때문에, 아마 외국 사람들은 이게 왜 감동드라마인지 이해하기 좀 힘들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헌태의 어머니의 말, "아파트 생기면 데리러 갈께"에서 나오는 "아파트"의 의미, 재덕이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는 "골프채"의 한국적 의미, 그리고 '고기집 아들'이라는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 칠구와 봉구의 할머니가 "치매노인"이라는 것이 가족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지, "인형눈깔 붙이기"가 어떤 의미인지, '나이트클럽 웨이터'가 뭔지, '다단계'에 어떤 사람들이 가게되는지, '옥매트'라는 상품이 가지는 전형성이 뭔지, '애국가를 모른다'라는 것이 어떤 상징성을 지니는지, 형이라고 부르는 것과 아닌것, '코치'와 '코치님'의 차이 같은 것 말이다.
 두번째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펙터클"이다. 한국영화 중에 근래 드문 멋진 스펙터클을 선사하고 있는 데, 사실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충분하다.

 이런 이유로 아마 이 영화, 해외진출을 하게 되어도 성공은 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한국을 고스란히 비춰주면서도, 뛰어난 스펙터클로 그 이야기들을 맺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고 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하자면, '국가'라는 제도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살아남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괴물-추격자-마더 같은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2009년에 반드시 봐야할 영화 중에 하나이다. 해운대가 1천만 넘긴다는데, 이 영화가 해운대보다 관객이 적게 들면 그건 순전히 스크린장악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더러운 쇼박스가 잡았으니 별로 걱정은 안된다. ㅋ)

* P.S : 이 영화에서 하정우는 그 이름값에 비해서 굉장히 묻어가는 역할로 나왔는데, 난 이게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일단 주인공들은 인트로에서도 보이다시피 다들 같은 삶의 무게와 영화에서의 무게를 갖고 있고, 또 그래야만 하며, '추격자'에서의 강렬한 인상을 무마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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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올 7월 30일 개봉 예정이라 현재 기대 만땅중인 PIXAR의 신작 "UP"의 포스터를,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보고말았는데... 아, 이것 좀... 성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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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영문판 티저포스터 via http://blaxploitation.tistory.com/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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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한국판 티저포스터 via NAVER

 흠 -_- 성의없다는 느낌조차 안든다면 걍 패스하시고. 가장 큰 문제는 한글판 포스터에서 저 "업"이라는 글자가 영문판의 "UP"과 같이 하늘에 착 붙어보이는게 아니라, 포스터 위에 붕 떠 있는 글자처럼 보인다는 거다. 

그럼 그 원인은 뭘까? 별것 아니다. 글자가 박혀있는 구도다. 아래 그림을 보자.

 먼저 나오는 영문판 포스터는, 식자 구도가 2점 투시도형 구조를 가진다. 투시도처럼 배치했다는 것은, 글자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했다는 의미로, 실제 UP이라는 글자는 뒤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그리고 앞에서 뒤로 뻗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UP의 위치는 포스터 안, 떠오르는 집의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번째 나오는 한국어판 포스터는 식자 구도의 구도선이 모두 평행하다. 즉, 글자 그 자체로서 화면상에서의 깊이를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업"이라는 글자는 그림 "안"에 있는게 아니라 그림 위, 그리고 그냥 포스터를 보는 사람의 "앞"에 있는 글자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업"이라는 글자가 붕 떠보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건 사실 성의 문제이다. 한국어판 포스터는 실상 타이포만 만든 뒤 그냥 각도만 돌려놓은 꼴이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모양만 대충 맞춘거지, 저기서 UP이 글자로 보여주는 "더 위쪽"의 의미를 완전히 죽여놓고 있다. 물론, 저건 사실 디자이너의 문제가 아니라 배급사쪽의 문제일 수도 있다. 글자의 구도를 맞췄더니 "글씨가 잘 안보여요"따위의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는 거다. 하지만 저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아래는 그냥 뚝딱뚝딱 대충 구도에 맞춰서 성의를 조금 보였을 경우 달라진 샘플을 만들어 본거다. 대충 포토샵으로 만진거라 색이 좀 뭉게진 부분이 나오는데, 조금만 정리해줘도 훨씬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의 포스터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래저래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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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댄 포스터. 식자 구도를 맞추고, 카피를 없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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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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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포스터(공식홈페이지에서 펌)

오랫만에 만난 물건.

언제 : 2008년 3월 9일 오후 8시10분~10시20분
어디서 : 대학로 CGV 2관

 몇가지 사정에 의해 말랑말랑한 영화로만 연명하던 중, 간만에 윤허를 받아 보게되었는데, 이 영화 진짜 "하드"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모 님의 블로그에서(기억이;;;)에서 나홍진 감독의 졸업작품인 "완벽한 도미요리"를 익히 본 터, 내용의 수위도 대충 짐작이 가던지라 피떡은 예상을 했음에도, 보고있기 고통스러울 만큼 충분히 "하드"하다.

 일단 기본적인 이야기를 따져보자면, 봉준호의 괴물과 대단히 유사한 정서를 보인다. 일은 터졌으되, 그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공권력의 시스템적인 부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괴물처럼 더 상위의 음모가 있어 주인공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을 해줘야할 사람들이 오히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곳곳에서 둘이서 뛰는 주인공보다 훨씬 허술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게다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도, 오히려 주인공보다도 더 불순하기 그지없기까지 하다.
 결국 문제는 주인공이 해결하지만, 실상 영웅대접을 받아야 마땅할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시장에게 똥을 투척하는 범죄자 취급받는 것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시스템에 대한 짧지만 정확한 부분을 후벼파는 풍자가 아닐까한다.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소재때문에 비교가 종종 되는것 같긴 한데, 사실 이 영화는 "스릴러"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한 데가 있다. 애시당초 범인은 확실하게 정해져있다. 너무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게 된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 게다가 다가오기까지하는  위험에 대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력감, 그리고 그것에 대한 공포. 결국 미진이 죽는 장면에서도 (←스포일러방지모자이크)이 정서는 진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감독이 유능했던 것은, 그런 정서상의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게 관객을 끊임없이 고통속에 몰아넣는다.(괴물의 가족모임씬 만큼의 느슨한 부분조차 없다!)

 아무래도 김윤석씨의 분위기가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를 연상시키는 모양인지 여기저기서 그런 이야기를 써 놓은 것을 조금 봤는데, 김윤석씨는 송강호씨보다 이 영화에서의 분위기가 "느와르"하고, 암울하다.

 여기 나오는 쌈마이 장면들은 오랫만에 보는 개싸움 장면이었는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로 오랫만인 듯 하다.

 엔딩을 비롯, 중간중간에 나오는 음악들이 대단히 훌륭하다. 바로 사보려고 했는데, 아직 OST가 음반으로는 안나왔다능;;; 일단 온라인으로만 발매한 듯 하여, 벅스에서 바로 질렀음. 엔딩은 음악 자체가 정말 좋다기보다는, 그 마지막 여운에 대해 그만큼 적절한 음악이 없지않을까 싶은 음악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후에 이 정도의 감흥을 받은 영화가 없었다. 그 영화 이후 "추격자"를 보면서 "훌륭하다"라는 생각이 정말 오랫만에 들자 내 자신이 혹시 영화적 매저키스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 내용때문에 고통스러운 영화에게서 큰 감흥을 느끼게 된것 같다능.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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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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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포스터(당연히 인터넷펌질;;)

가난한 낙천주의자들을 위한 이유없는 해피엔딩

언제 : 2007년 10월 28일 오후 8시 40분~오후 10시
어디서 : 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나다

음악이 정말 좋대서 보러 갔는데...
뭐, 음악이 꽤나 좋은건 확실한데, 나머지는 그냥 그렇다.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과정을 보면, guy의 아버지의 말씀대로 "때가 되었"어도, 왜 진작 그렇게 안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쉽게 풀려나간다. (girl을 만났기 때문인건가;;;)

영화 전체에 있어서 갈등따위는 없다. 있다면 guy가 옛 여자친구를 그리워 한다거나, girl이 옛 남편과 guy사이에서 아주 잠깐 고민한다거나 하는 정도.

하지만 결론은 갈등이 별로 심각하지 않았던 관계로 원래 자기 위치로 돌아가면서 해피엔딩. 잔잔한 영화 만큼이나 잔잔한 둘의 감정은 없는 살림에 피아노로 남겨지면서 끝난다.

길고 긴 뮤직비디오 하나 보는 기분인데, 카핑베토벤처럼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그냥 그럼. 물론 카핑베토벤의 감독보다는 화면을 처리하고 스토리를 처리하는게 세련되어있다.

왜 선댄스에서 "관객상"을 받았는지 보면 이해되는 영화임.
한번 가서 재미로 볼 정도로는 썩 괜찮은 영화임.

* P.S : 주말에 가서 그런건지, 원스 포스터가 앞뒤로 그려진 카드포켓을 하나 받았음. "원스"라는 글자가 넘 크게 박혀있는 것만 빼면, 쓸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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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ing Beeth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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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ing Beethoven 포스터. 인터넷펌질;;

영혼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

언제 : 2007년 10월 21일 오후4시45분부터 오후6시까지
어디서 : 단성사 8관

포스터로 봐도 그렇고, 광고로 봐도 그렇고, 나는 당연히 안나홀츠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서 봤는데, 이건 베토벤 이야기였다. 안나 홀츠는 영화속의 위치만 주인공이었을 뿐, 이야기의 전개상으로는 곁다리 인물.

물론 이야기 구조상, 모든 갈등은 안나 홀츠를 중심으로 일어나긴 하지만, 갈등의 핵심은 안나 홀츠가 아니라, 역시 베토벤. 쉽게 말하자면, 굳이 안나홀츠가 아니었어도 베토벤이라는 인물 때문에 일어났을 갈등이라는 이야기. 물론 안나 홀츠는 그런 베토벤의 성격을 잘 보여주기 위한 촉매제로서의 역할은 아주 충실히 해낸다.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다.
예술가로서 갈구하는 영혼의 자유. 그리고 휴머니즘.
기술지상주의자인 "철의 사나이"들을 경멸하는 베토벤의 영혼은 9번 합창교향곡을 절정으로 (일종의)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고, 그 이후로는 완전히 새로운 영혼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베토벤을 매우 존경해 마지않는 예술가 지망생 안나 홀츠도 베토벤이 죽어갈때즈음 그의 영혼을 이해하고 영혼이 해방된다. (베토벤이 신의 소리를 옮긴다고 했음에도 교회와는 충돌하는 장면에서 보았을 때, 베토벤의 신은 교회와의 신과는 별로 관계가 없고, 또한 그가 예술을 하려면 숲에 가서 소리를 들어야한다는 대사에서 보이듯, 범신론류의 관점을 보인다는 면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안나 홀츠가 광활한 대자연으로 사라져가는 장면은, 그녀의 영혼도 베토벤이 말하는 신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꽤나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영화자체가 나쁘지는 않은데, 전체적으로 감독의 어법이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궁금할만한 장면의 설명은 생략해주는 등 세련되지 못한 점이 많다. 예를 들자면,

스포일러 방지


하지만 뭐, 영화관에서 그 시대풍으로 합창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이긴 하다. 그리고 영상미도 나쁘지 않고.

* P.S : 혹시나 해서 열심히 찾아보았더니, 역시 안나 홀츠는 가상의 인물이다. 합창 초연 후 박수갈채를 듣지 못해, 보조하던 사람이 관객 쪽으로 몸을 돌려줬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그 사람이 여성이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여성 캐릭터로 배치한 것인 듯.

* P.S 2. 물론 야사지만, 베토벤이 죽으면서 "모짜르트!"했다던데, 이 영화엔 그렇게는 안나온다.

* P.S 3. 사실 오케스트라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안나 홀츠처럼 보조지휘를 하는 건 사실 별로 도움이 안된다. 솔직히 소리가 없는 상황에서 손짓만 보고 지금 어디를 연주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영화상에서는 리허설을 해본것도 아닌데!) 옛날에 대충 듣기로는 보조하는 사람이 바 넘버(지금 몇번째 마디를 연주하는지)를 알려줬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쪽이 오히려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아마 연주자도 중간에서 보조지휘자가 그렇게 흔들고 있으면 신경거슬릴 것이다) 역시 엑스터시 장면과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만든 것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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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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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 : 2007년 8월 14일 21시~23시
어디서 : 단성사 5관

 원래 소재가 워낙에 역사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인지라, 개봉 전부터 말이 좀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디워논란과 뒤섞여 같이 화두에 오르는 영화이기도 하다.

 구조를 잘 보면, 감독이 꽤나 상업성을 노린 것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뭐 단점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런 소재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은 용기니까.

좋았던 점은,
1. 김상경은 언제나 연기를 참 잘하는 것 같다.
2. 에필로그씬에 나오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은 참 변주가 잘 되었다. 분위기에도 잘 섞이고 있고, 변주를 잘해서 아무 생각없이 들으면 그게 과연 그 운동가였던가 싶다.
3. 참 슬프게 보여줌으로서, 그들을 기억할수 밖에 없게 만든다.
4. 이요원은 내가 별로 안좋아했던 배우라, 캐스팅이 실패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촌스럽고 조금 부족해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성공적인 캐스팅이었음. (물론 연기수준은 조금 들쭉날쭉함. 대체적으로 잘한 편임)
5. 애국가 총격씬은 이 영화의 최고 장면이라고 생각함. (이 장면에 대해 별로 비판이 없는 걸로 봐서 대충 이러했다고 믿어도 되는건지...)

별로였던 점은,
1. 어쩔수 없었던 건 아는데, 멜로도 좀 섞고 하다보니 이야기가 좀 느슨하다. 질질 끄는면이 있다.
2. 내부적 비극에 관한 이야기라 그런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계속 비교를 하게 되는데, 그 영화만큼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지도 않고, 그 영화만큼 고통스럽지도 않다.
3. 극적 효과를 노린 것은 알겠는데, 퇴역군인을 리더로 세운 것은 극적 장치로서는 좀 아이러니인듯 하다.
4. 신파를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도청이 진압되는 부분은 좀 보고있기 민망하다.


* P.S : 오래 묵혀둔 포스팅이라 이제 생각도 잘 안나네. 여하튼 이제야 겨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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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電車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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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포스터 (인터넷서 펌질)


괜찮아. 용기를 내!

요즘 집에 hanaTV 가 3개월 무료로 설치해줘서, 영화의 할렘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오늘 간만에 주말을 맞아 바로 그 "전차남"을 봤다.

간단히 평을 하자면

초반 절반은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봤고, 후반 절반은 야악간 진지하게 봤는데, 이야기 자체가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사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이기지만, 남자 배우의 연기도 매우 뛰어난데다, 일본의 2ch의 대화방식을 화면상으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아주 적절하고 기발하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사람들이 사랑을 하게 될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마음속의 찌질함에 대해 영화가 따뜻한 말투로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 찌질함이라는 것 또한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뛰어난 영화는 아니지만 매우 재미있는 영화고 매우 마음 따뜻한 영화.
일본스타일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일본 문화에 어느정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매우 재밌게 볼 수 있을 영화일 듯.

* P.S 1: 일본의 게시판 문화(전차남에 등장하는 2ch.net)나 분위기가 궁금한 분은 리라엔터테인먼트에 가면 대충 맛볼수 있음.

* P.S 2: 새로운 종류의 온달신화일 수도 있는 내용. 하지만 정작 남자가 출세를 하게 되는 것과는 상관없으니 온달신화보다 속물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여자를 위한 남자의 정성과 노력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보는 여자도 정말 좋은 사람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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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300 공식 포스터. 워너브로스 웹사이트에서 펌질.


원작 만화의 영화적 승리

때 : 2007년 4월 14일 오후 9시30분~11시20분
장소 : 대학로 판타지움 5관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300을 드디어 봤다.
역시 남자영화. 마초들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그리 마초적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게 전쟁이고, 스파르타는 그런 나라였으니까.

아시아문화 비하라는데, 솔직히 그것도 잘 모르겠다. 페르시아는 워낙에 대제국이었고, 다국적군대를 가지고 있었으니, 300명의 스파르타인에 비해 잡종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었을테고, 코뿔소나 코끼리는 영화에선 "괴물"이라고 쓰긴했어도, 분명 전쟁에 쓰였었고. 거인들은 실제로 쓰였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전쟁에 쓸만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최홍만을 격투기에 내보내는 것처럼 충분히 쓰려고 했었을테고. 페르시아가 야만적이고 잔인하다고 하는데, 전쟁중에 어느쪽이 더 잔인하다는게 구별되는게 난 더 신기하고.

크세르크세스왕을 좀 게이같이 묘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말 괴상망측하고 말도안되고 흉측하게 묘사한 것도 아니고. 장신구 주렁주렁이 아무것도 없는 스파르타에 비해 야만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스파르타는 워낙에 검소한 나라였고, 페르시아가 주렁주렁 달았을리는 없지만, 그건 만화가가 비주얼을 위해 그랬을 수도 있는것인데다, 그리 야만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아니고. 할렘이 있는 것에 대해 윤리적으로 파고 들려는 사람이 있는 모양인데, 그 정도의 대제국의 황제가 그 시대에 그런 할렘같은게 없었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솔직히 줄거리랑 드라마가 빈약하다고들 하는데, 어차피 전쟁영화에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라이언일병구하기는 뭐 그리 드라마가 탄탄했으며, 태극기휘날리며는 뭐 그리 줄거리가 있었나. 사실 자유어쩌구 하는 대사들은 너무 노골적이라 보고있기 좀 간지럽긴 했지만, 싸움의 구실을 이야기 해야하니 그정도는 봐 줄만 하고.

미국 해병대의 전투방법과 분위기를 들어 미국만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육군보병의 전투방법은 내가 알기로 무기의 발전을 뺀다면 옛부터 그리 많이 발전한게 없고, 분위기야 군대분위기가 안그런데가 어딨나. 그리고 전투방법도 그리스나 로마등의 장창과 방패를 가지고 전쟁을 한 곳은 영화에서 나오는 식의 밀집대형과 밀어붙이기 전술을 분명히 사용했다.

이런 것들을 다 이렇게 제껴놓고 이야기하자면, 이 놈은 영화관가서 7000원주고 봐줄만한 미덕이 충분히 있는 영화다. 광고제작출신 감독이라 화면의 스타일리시함은 너무나 세련되게 나타나 새로운 종류의 전투씬을 보여주고 있으며, 만화의 장면들을 충실히 되살려내어서인지 화면들이 줄줄이 멋지다. 대사들이 좀 간지럽긴한데, 그게 스파르타분위기였겠거니 하면 그만인거고(스파르타가 있던 지역인 도리아지역의 고대건축양식과, 아테네가 있던 지역인 이오니아지역의 건축양식-업자용어로 도리안 오더와 이오니안 오더-를 비교해봐도 얼마나 스파르타가 세련되지 못한 곳인지 알수 있지않나.)

사실 전투장면이 너무 멋있어서 오빠들의 갑빠는 눈에 잘 안들어올 정도였는데, 마무리가 좀 어이없게 되어서 그게 좀 아쉽. 하지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충분히 영화관 가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임.

* P.S
1. 영화를 보다가 저 영화 제목이 참 보여주는게 많다는 생각. 300이라는 글자를 시작으로 온 주변이 피가 튀어있는데, 영화가 온 종일 그렇다. 영화 타이포 디자인을 정말 잘 했다. (사실 말이 길지도 않고 딱 세글자 "300"이지 않은가.)

2. 판타지움의 단점이,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면 사람을 쫓아낸다. 300의 엔딩크레딧은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봐줄만큼 멋지다. 다 못보고 쫓기듯 나와서 아쉽.

3. 미국 만화가 원작인것 답게, 이리저리 좀 노골적인 장면이 나온다. 난 좋드만;;

4. 그리고 솔직히 근육질남들이 많이 나온다고 마초영화라고 하는 것도 좀 이해가 안된다. 그럼 마초이기 싫으면 비쩍말랐거나 배나와야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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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세계

우아한 세계 포스터. 네이버에서 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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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 2007년 4월 13일 금요일 오후 8시55분~10시50분
장소 : 대학로 판타지움 6관

- 보러 간 이유
  1. 칸노 요코 언니가 음악을 했대서.
  2. 송강호의 아버지역이래서.
  3. 제목의 반어법이 궁금해서.
  4. 사실은 300 보러갔다가 300은 시간이 너무 많이 남고, 이건 바로 앞이라서.


- 평
  1. 스포일러짓을 할게 없다 -_-;
  2. 음악이 나쁘지는 않은데 영화랑 섞이질 못한다. (너무 의식하며 들어서 그런가.)
  3. 제목이 반어법이긴 무슨;;;;
  4. 영화 광고에 왜 송강호를 내세웠는지 알겠다.
  5. 느와르는 개뿔.


P.S
1. 내 취향이랑 안맞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왠만하면 비디오나오면 보던가, 티비에서 해주면 보던가.
2. 칸노요코 언니 오면 싸인받으려고 CD하나를 사놓으려고 했는데, 우아한 세계를 할까 했었지만, 그냥 카우보이 비밥이나 공각기동대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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