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글을 포스팅을 할 때, 외국영화는 보통 처음 제작,개봉되는 곳의 포스터를 가져오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타이포에 신경쓰는 수준이 차이나기도 하고, 다른 잡다한 광고문구를 넣지 않아 처음 포스터 디자인 한 사람의 의도와 완성도가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once같은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로, 포스터만 보고서는 영화의 성격을 좀 종잡기 힘들었었는데, 이번에 포스팅을 하면서 오리지널 포스터를 보고서야 내가 그 영화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먼저 두 포스터를 나란히 놓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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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오리지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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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한국판 포스터

  확실히 이 두 포스터는 구성이 많이 다르다. 그냥 생각없이 본다면, 오리지널 포스터의 한 쪽을 잘라내고 꽉 채운 정도, 그리고 글자의 배치가 바뀐 것이지만, 사진이나, 그림을 공부해 본 사람들이 이해하듯, 저러한 크로핑을 하면서 그림의 구도가 달라지면, 저 그림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 자체가 완전히 바뀐다.

 일단 먼저, 영화의 내용으로 봐서나, 오리지널 포스터의 전체 구성으로 보아서나 우리나라 배급용 포스터같이 배치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다.

 먼저, once의 주인공은 주인공 남자인 guy 혼자가 아니다. guy와 girl이 동등하게 주인공이고, 이 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두 사람이 맺어지는 미묘한 관계와 음악이다. 그 점이 포스터에서도 나타나는데 , 아래와 같이 포스터에서 두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배경의 톤이 동질적인 영역이 아니라 톤이 다른 영역이다. girl측은 적색계열의 톤이고, guy쪽은 청색계열의 톤이 각 사람을 감싸고 있다.
  guy는 런던으로 음악을 찾아 떠나는 인물을 나타내어 자유의 청색을, girl은 이웃집사람들과 TV를 공유하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인물로 박애의 적색을 넣었다고 이야기도 가능하겠지만, 이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일단 넘어가고, 이 포스터에서 중요한 것은, 이 다른 두 영역의 사람이 만나 시선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이 두 영역이 한 공간으로 융합이 되고, 그 융합되는 한 공간은 음악이라는 것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며(둘 다 기타위에 서 있음), 이 두 사람의 감정이 쏟아지는 햇살처럼 보송보송하고 따뜻한 것이라는 느낌까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대충 영화의 이야기가 다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구도는 아래의 오리지널 포스터와 같이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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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오리지널 포스터(적색박스는 1차시선, 마젠타는 2차시선, 하늘색은 시상내용)

먼저 무언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의 중간에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널찍하게 넣었다. 두 사람의 다른 공간과 두 사람이 "시선과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걷는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쭉 따라 내려오면,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영화의 성격만큼이나 심플한 타이포로 제목이 적혀있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자세히 들여다봐야 볼 수 있게, 언론평들과 광고카피가 있고, 아무래도 시상은 그리 넉넉하지 못한 내용이라 구도에 맞춰 제목 양쪽에 작게 적혀있다. (두 영화제에서 "관객상"이라는 건, 인기는 좋지만,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평가로서는 그렇게 자랑할 만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포스터는, 두 사람이 같이 서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시선이 흔들리지 않고 매우 담백하게, 그리고 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서 국내판 포스터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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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한국판 포스터 (적색박스는 1차시선, 마젠타는 2차시선, 하늘색은 시상내용)

  오리지널 판에 비해서 많이 치우쳐있는 구도라는 것을 보자마자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이 포스터는 크로핑에 의해서, guy가 혼자서 완전히 중심을 차지했고, girl은 옆으로 밀려났다. (한글 카피로 인해서 guy에 대한 시선이 허리 위로 잘려나감으로 인해서 두 사람이 걷고 있다는 것, 두 사람사이의 미묘한 손동작과 간격 등이 모두 시선상에서 벗어나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다른 성격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한 쪽의 공간이 잘려나감으로 인해서, 의미가 없어졌다. 그리고 위에서 두 사람이 멀찌감치 보임으로서 기타위에 서있다는 것이 인식이 되는데 비해, 이 쪽에서는 기타도 모양이 이리저리 잘려나가서 두 사람이 기타 위에 서서 음악으로 동반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조차 사라졌다.
 그리고 글씨들의 배치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시선이 옮겨가게되는 방향이, guy가 girl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다 배치가 되었다. 한글판 카피와 맞물려서 guy가 girl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즉, 저 위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음악하는 남자를 중심으로 하는 세레나데 멜로물 정도로 포스터가 격을 낮추어 버린 것이다. (영화 스토리가 빈약할 지언정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그려주는 방식은 꽤 괜찮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몇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좀 저질이라고 밖에 말할수가 없는게, "관객상"정도의 내용을 장사를 위해 내어놓기 위해 저렇게 커다랗게 박아놓고, 제목은 그것보다 더 커야 하니, 저런 말도안되는 크기의 타이포로 박아버렸다. 솔직히 저 제목은 좀 끔찍하다.

 모르겠다. 디자이너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또 배급사측에서 어떤 요구를 받았기에, 저런 결과물을 내어 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의도적이었든 않든, 저 재배치로 인해서 원래 포스터의 스토리를 부수어버린것은 물론, 영화의 격까지 낮추어 버린것 같아 참 씁쓸하다.

*P.S : 순전히 혼자 생각에, 남자들이 이런 영화를 많이 보러 올거 같지도 않고, 어차피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보자는 영화를 보러간다고 하니, 약간 포스터의 분위기를 청춘남녀의 멜로물스러운 분위기로 만들어서 젊은 여성관객을 노리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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