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이 무엇이냐 하면, 한국에 파시즘의 징후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며, 오버라며,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렴풋하게만 느끼고 있다가 ozzyz review의 "디 워 광풍"이라는 글을 보고 확실하게 깨달은 것인데, 여러가지 현상을 (간접)관찰하였을 때, 이른바 "심빠"로 불리우는 "D-war 옹호자"들의 행동양태는 확실히 파시즘의 기운이 느껴지며, 내가 알고 있던 파시스트들의 초기행동과 부합되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주변상황들도 충족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파시즘의 징후라고 느끼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반(反)지성주의 : 이것은 히틀러가 집권하고 독일전 대학에서 책들을 불사르는 퍼포먼스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것이다.
-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 우리나라의 비평가들 또한 평소에 그리 신뢰가 가는 비평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행동들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현재 많은 이른바 "평자"들이 "D-war"를 계기로 엄청나게 씹혀대고 있으며, 그 수준은 단순히 신뢰가 없다는 것의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비평가들의 비난을 위해 인터넷에서는 정보(근거)의 조작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재밌게도 지지자들의 논리를 보면 이렇다. "닥치고 봐. 좋은거야. 좋지않다고 생각한다고? 그건 니가 사대주의에 물들어서야"
2. 집단적 폭력성 : 이것은 파시스트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는 점으로 간략히 설명하겠다.
- D-war에 대해 호평을 쓴 곳은 조용하지만, D-war에 대해 좋지않은 평을 쓴 곳들은, 특히 블로고스피어에 올라온 글들은 아주 전쟁터가 되고 있으며, 네이버악플러 수준들의 인신공격성 악플들도 마구마구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악플이야 사실 하루 이틀일이 아니긴 하지만, 문제는 D-war의 다른 주변 현상들과 엮여들어가기에 그 폭력성을 쉽게 넘어갈 수가 없다.
3. (실체없는) 민족주의 : 독일의 게르만우월주의로 대표되는 부분.
- 호평을 남긴 많은 사람들이 "용과 이무기의 마지막 장면"과 "아리랑 BGM"의 장면에서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고 하고, 심지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까지 나온다. 딱 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을 때의 장면이지만, 요즘엔 누가 금메달땄다고 감동먹고 눈물까지 흘리나. 그래서 그 감동받는 이유들을 살펴보면 다 그거다. "아 우리도 이만큼 하는구나." 또는 "아 우리나라 사람이 해냈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D-war의 상품으로서의 완성도가 그리 높냐는거다. CG의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CG의 완성도는 글자그대로 CG 자체의 수준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CG의 분량을 가지고 말하는게 아니다. 즉, CG자체의 수준이 낮다는게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CG에 감동을 먹는 진짜 이유는 그 스케일과 분량때문이지, 그 디테일때문이 아니라는 거다.(영화 자체를 보지는 않았지만 CG의 디테일을 보는데는 트레일러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4. 적만들기 : 나찌는 독일에서 내부의 적으로 유태인, 외부의 적으로 유럽열강들을 설정해 자국민들을 단결시키는데 성공했다.
- 심형래씨는 마케팅의 기법으로 세가지 가상의 적을 만들었다. 첫째가 충무로, 둘째가 비평가집단, 셋째가 미국 헐리우드 시장.
5. 자본가와 지도층의 기묘한 동거 : 나찌는 국가사회주의당으로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공격해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권력을 얻은 후에는 자본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 4번의 적만들기와 연결이 되는 이야기인데, 심형래씨는 정작 자신이 충무로에서 천대받고 아웃사이더였다고 말을 하지만, 또한 정작 자신에게 700억원 700억원 중 100억원을 끌어다준 것도 충무로의 쇼박스였다. 대외적으로는 적으로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익을 나눠먹는 사이인 것이다.
*추가 : 쇼박스에서 100억, 그리고 기타 충무로자본이 50억. 그래서 디워에는 총 150억원의 충무로 자본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700억원 전체가 아니었기에 수정한다. 하지만 이것이 심형래씨와 충무로의 공생관계의 본질을 뒤집는 사실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6. 과대포장과 선동 : 파시스트들이 선전에 사용한 기본적인 수법들.
- 영화가 언론에 의해 과대포장된 것은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 D-war는 지지자들에 의해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심형래씨가 여러 언론에 나와서 이런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선동은 꼭 혁명대열 앞에서서 전진하자! 싸우자! 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다.
7. 지도자의 절대선 : 지도자가 하는 행동은 상식적, 윤리적으로 옳지 않아도 대의때문에 옳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인데, 굳이 세부예를 들지는 않겠다.
-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 봤을때,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D-war는 B급 괴수영화 이상의 것으로 봐주기는 힘들다. 그런데 D-war지지자들에게 그 영화는 이미 그 이상의 것이다. 심하게 비약해서 말하자면 "민족의 희망"따위가 된 상황인데, 여러분들이 지적했지만 이런 점에서 이번 D-war의 사태는 황우석사태와 별 다를것이 없다. 지지자들은 비평가들이 심형래씨의 영화기 때문에 깐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지지자들이 심형래의 영화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지지를 보낸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누가 킹콩이나 스파이더맨을 깠을 때, 대체 누가 이정도로 심한 반대댓글들을 달겠는가.
8. 신념에 대한 확신 : 히틀러는 인종주의의 신념으로 수많은 유태인을 죽였다.
- 이와같이 신념이 있다고 그 결과물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D-war지지자들이 심형래씨에 대해 가장 점수를 높게 주는 부분은 분명히 이 "신념"의 부분이다. 뭐, 요즘같이 간도 쓸개도 없는 놈들이 판치는 세상에, 신념이 있다는 것은 좋은 면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앞에서 예를 들었듯이 신념(혹은 집착)이 반드시 옳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도 아니고, 신념이 있다고 반드시 그게 옳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요즘 D-war지지자들의 행태를 보면 위 8가지 징후들이 보이는데, 심형래같은 방식의 자기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온다면, 이런 분위기에서는 대성공을 할 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역사의 발전은 단계를 뛰어넘어 갈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아직 위로부터의 권위주의적 독재가 아니라 밑에서부터의 대중주의적 파시즘 시대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현 시대가 사람들이 권위주의 시대에서 겨우 벗어나 자유주의 시민사회에 갓 들어서서, 자기 손에 쥐어진 자유 그 자체를 불안해 하는 상황이라는 점, 게다가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정권의 필요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등의 이유때문에, 머지 않아 파시즘의 시대가 도래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서 난 D-war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징후가 두렵다.
* P.S.1 : 내가 보기에 D-war의 트레일러의 카피를 써넣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최종 결재자가 심형래씨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나보다도 영화의 기본이 없는 사람이다. SF는 어디까지나 Science Fiction으로 과학적 설정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말한다. CG로 도배를 하는 영화를 SF라고 하지 않는 것은, 반지의 제왕을 그 장르로 분류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D-war의 트레일러에는 마빡에다가 "대한민국SF의 시작"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았다. 자기가 찍는 영화가 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혹여 스타워즈를 걸고 넘어지고 싶은 사람은 스타워즈의 설정자료집을 한번이라도 보기 바란다.)
* P.S.2 : 또 정신없고 글 잘 못읽는 사람들은 내 글이 D-war까 혹은 심형래까의 글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D-war라는 영화에 별로 흥미가 없고, 지금 그 영화가 받는 대우가 정당한 것의 이상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런 것을 다루지 않았다. 일단 어찌되었든 영화를 본게 아니니까. 내가 이번 글에서 다룬 것은, 그 영화를 둘러싼 D-war지지자들의 행동성향이다. 또한 내가 두려운 것도 그것이고. 파시즘은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필요한 것이 대중들의 자발적 지지다.
* P.S.3 : 위와 같은 이유로 나도 [D-war]안보기 운동에 동참한다. 시작은 cinemarx님의 "나는 D-war를 보지않겠다" 이다. 나도 그분의 생각에 동감한다.
Posted by er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