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STEye님의 "노회찬을 위한 변명"에 대한 트랙백
이정환님의 "노회찬의 변명"에 대한 트랙백
Capcold님의 "C일보 구순잔치"에 대한 트랙백 (추후 본격글이 나오면 교체예정)
leopord님의 "해명은 필요하다"에 대한 트랙백
Curtis님의 "노회찬 조선일보 기념행사 참석 논란"에 대한 트랙백
노정태님의 "'진보신당은 정치할 생각이 없나?'라는 비판에 대하여"에 대한 트랙백
그 외 참고 : sonnet님의 "모순론 유제풀이" 및 "오늘의 한마디(노회찬)"
: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 대해 간명하게 설명한 좋은 글인데, 트랙백 하기에는 한다리 벗어나 있는 느낌이라 참고.
1.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가 조선일보 9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참석한 것이 한동안 온라인을 달궜는데, 노회찬 대표가 직접 해명을 하면서 그 수위가 어느 수준 아래로 가라앉은 듯 하다. 그런데 진보신당 내부에서야 자기들의 정치적 순결성과 정체성, 그리고 안티조선과의 일관성 문제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되었을지 모르겠으나, 제3자인 내가 봤을 때는 사실 그 문제는 굉장히 지엽적인 문제이고, 오히려 중요한 것은 노대표가 거기서 어떤 언행을 했는가, 그리고 Capcold님이 지적하신 대로 조선일보가 엄청나게 넓은 계층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오게만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권력의 메커니즘에 있다고 본다.
그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번의 논쟁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이게 논쟁거리가 되고 뉴스가 된 것은 우습게도 노회찬 대표가 그 자리에 '참석을 했기 때문'인 것이다. 게다가, 실상 이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적 순결성이나 일관성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해악이 없다.
왜냐고?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정말 해피한 상황이 되어서 진보신당이 행정부를 장악했다고 하자. 그때가 되면 진보신당은 조선일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강제력으로 폐간시킬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압력을 가하여 조선일보만의 경영에 압박을 줄 것인가? 절차상 어떻게? 나름 합법적인 기업을 정부가 때려잡는다? 아니면 찌질하게 청와대나 행정부처 출입을 조선일보 기자만 금지시킨다? 결국 당신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그 미워죽을 것만 같은 조선일보를 직접적으로 손볼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손을 대려는 순간, '안티조선'에의 일관성 때문에 오히려 더 크고 중요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일관성을 잃게 될 가능성만 높아진다. 이런 선택은 스타워즈에서 흔히 말하는 '증오와 분노' 때문에 스스로 '다크 사이드'로 빠지는 길이다.
그렇다면, 아예 아무런 관계를 가지지 않고 손도 안댄다? 그럴 수도 없다. 당장 정부부처에서 조선일보의 기자를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조선일보를 폐간시켰어야할 기세로 유지해온 일관성이 또한 어그러지는 것이다. 결국 이상한데 집착하면 어떻게 되든 스스로의 덫에 빠져들 수 밖에 된다.
물론 이렇게까지 장기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모양새가 "조선일보의 언론권력에 굴복하여 부르니까 쫓아간 진보신당 대표"가 되는 게 굉장히 불쾌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생각했을 거라본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그 곳에 참석하지 않았던 강기갑, 이정희 의원 등은 아예 뉴스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회찬 대표는 거기 참석함으로서 뉴스가 되었고 (무려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 뉴스가 됨으로 인해 자신과 당의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을 다시 공개적으로 천명할 수 있었다. (노회찬 대표의 해명조차 뉴스로 다뤄졌다.) 게다가 참석의 목적이 공식적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변인 대동) '언론권력에 투항한게 아니다'라는 면 또한 보여줄 수 있었다.
자, 이제 결과를 놓고보자. 노회찬 대표와 진보신당이 결론적으로 잃은게 뭔가? '안티조선으로서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 정도? 그럼 얻은 것은? 어느 정도의 포용력이 있는 좌파 소수당 대표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언론을 통한 진보신당과 노회찬 대표의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 표명 및 여러 오해에 대한 해명기회. 그리고 그 외 아래에 다룰 문제들이 토론들을 통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다는 점. 불참으로 대결구도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는 민노당과의 차별화. 지금의 논쟁이 필요이상으로 격해져 (그럴 일이 없겠지만) 대거 탈당사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실상 원래부터 잃을게 별로 없는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는 이번 일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일이다. (물론 노회찬 대표가 그것을 모두 계산하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비해 별로 일관성이 잃지도 않았다. 안티조선의 슬로건 중 하나가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파트너로 보는 관점에서, 그 경축행사에 가선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비록 당원들이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아쉽고, 노회찬 대표가 그 상황과 그 자리에 대해 좀 더 세련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더라도 말이다.
2.
자, 그럼 이번 논쟁이 드러낸 여러가지 점들을 보자.
둘째는 이정환 기자님 덕에 당을 설립한 지 2년째가 되어가는 진보신당에 아직 큰 내용의 정책비전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위에 트랙백 걸어놓은 이정환 기자님은 글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이미지 메이킹 하지말고, 정책개발에 더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진보신당의 정책비전 페이지 캡쳐를 해놓는데, 재밌게도 아무 내용이 없다. 2년이 되어가는 정당에 아직 이렇다할 정책비전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진보신당이 '정책정당'을 자임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큰 정책이 없다는 것이 노회찬 대표가 비판받아야할 잘못인가? 내가 보기엔 오히려 그런 문제라기 보다는, 진보신당에 정책 브레인팀이 없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것은 노회찬 대표가 아무리 대표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나 진보신당 같이 Bottom-Up식 의사결정구조를 중요시 하는 곳이라면 말이다.
셋째는 당의 대외 행보에 대한 효과적인 의사결정기구가 없는 것 또한 드러났다. 무슨 소리냐. 이번에 나타난 대체적인 비판을 보았을 때, '왜 그런 결정을 했느냐'라는 의견은 있을 지언정, '왜 그걸 혼자 결정했느냐'라는 의견은 거의 없다. (왜 당원 전체에게 물어보지 않았느냐는 의견은 빼자. 그 정도 수준의 문제를 전체 당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외교사절 하나 보내는데 국민투표하자는 소리와 비슷하다.) 그 행동이 '독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작에 그런 행동을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대외 행위를 결정해 줄 '위원회'수준의 공식 의사 결정기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절차를 무시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적으로 이번 결정이 당 대표 1인이 혼자 결정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진보신당 내의 절차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은 국회의원을 1명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아마추어식 정당에서 자리를 갖추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난 이상 하나씩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나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3.
이번 건은 단순히 '조선일보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수준의 사건이고, 진보신당의 정책적 방향에 영향을 끼칠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그들의 대대적인 개선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른쪽으로의 이동이나 현실과의 타협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다. 그런데 이런 경직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순수성을 지향하는 '진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도 당의 전체적인 행보에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진보신당이 사회운동이 아니라 정말로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이번 논쟁을 기회삼아 좀 더 영리하게 정치판에서 전략적 위치를 효과적으로 차지하려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일에 대해서 그런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내가 나의 덫에 빠져서 파국에 접어드는 것을 방지하거나, 아직 내 힘이 미약한 상태에서 한정된 나의 자원과 상대방의 힘을 잘 이용할 수 있게하기 위함이다.
Posted by er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