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츄판다님의 "퀴즈 : 그러니까 시간은 도대체 어떻게 흐르나?"에 대한 트랙백
이런 종류의 퀴즈에 대한 나의 태도는 글자그대로 "방앗간을 지나가는 참새"인지라, 심리학에 대해서는 개미눈꼽만큼도 기초지식이 없지만 그냥 내 생각대로 답을 내어 보는게 재미나서 한번 짧은(?) 설명을 만들어 보았다.
1. 먼저 간단하게 "전"과 "후"의 시간관계.
이건 비교적 쉬워서, 어떤 기준지점을 중심으로 전은 과거, 후는 미래를 가리키며, 이게 서로 바뀌는 경우는 없다. (있으면 제보바람) 단, "후일담"과 같이 그 "후"라는 말 자체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건에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 역시 어떤 중심사건에 대해서 미래시간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위 설명에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으로 설명 끗.
2. "앞"과 "뒤"의 시간관계.
이 둘의 문제는 아이츄판다님이 아래에 쓰신 것과같이
"~하기에 앞서"/"~한 뒤에"라고 할 때도 역시 '앞'이 먼저고 '뒤'가 나중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댓글 열심히 달겠습니다"라고 하면 이제 '앞'이 나중이다. 과거를 추억하는 건 "뒤를 돌아본다"고 말한다. 즉, 여기서는 '뒤'가 먼저고, '앞'이 나중이다. 여기서 끝나면 좋은데 더 또라이같은 경우가 있다. "앞날"이나 "앞일"도 미래고, "뒷날"과 "뒷일"도 미래다. 앞도 미래고, 뒤도 미래.
그 용례가 상당히 앞뒤없는 편(!)이다.
그래서, 나도 저 용례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했는데 의외로 해결은 쉽게났다. 저 용례의 해결은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실상 다이어그램 하나면 된다.
그 다이어그램은 아래와 같다.

여하튼, 우리나라 말의 "앞", "뒤"에 있어서, 이 다이어그램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단어의 선택이 어느것이 중요한가에 따라 기준이 되는 방향선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하나씩 뜯어보자.
1) ~하기에 앞서 / ~한 뒤에
: 이 경우 어떤 중심사건 E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준방향선은 사건과 관계있는 회색선(사건이 다가오는 방향)이 된다. 그래서 사건이 다가오는 방향의 순서대로 'e1'이 'S1'에 대해 전진하는 방향으로 "앞"이 되며, E의 기준으로 과거이고, 'e2' 또한 'S1'에 대해 전진하는 방향으로 "뒤"가 되며 E의 기준에서 미래가 된다.
2) "앞으로는 댓글 열심히 달겠습니다"
: 이 경우 주체S가 중심이 되므로, 기준방향선은 분홍색선(시간흐름선)이 된다. 그리고 댓글 달겠다는 사건은 E가 되며, E는 S1에 대해 시간흐름선의 방향으로 "앞"에 있게 된다.
3) "뒤를 돌아본다"
: 이 경우는 2)의 경우와 동일. 주체S가 중심이 되므로 기준방향선은 분홍색선. 주체는 S2이고, 시간이 흐르는 방향이 앞이므로, 사건 E는 S2에 대해 "뒤"가 된다.
4) "앞날", "앞일", "뒷날", "뒷일"
: 사실 이건 잘 생각해보면 살짝 트릭이 있다. 그 트릭이 뭐냐하면, "앞날","앞일"에서의 용례는 그 "날"이나 "일"이 S1에 대한 사건 E를 가리키지만( 2)의 용례와 동일), "뒷날", "뒷일"이라고 쓸 경우 그 "날"이나 "일"이 E가 생략된 e2를 가리킨다는 점이다.(즉, 1)의 '뒤'의 용례와 동일) 쉽게 예를 들어보자.
- "뒷일을 부탁한다" : 이 경우 생략된 것은 보통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난' 혹은 '내가 도망치고난' 뒤의 일을 부탁한다는 말이다. 즉 "뒷일"이 E가 아니라, '나에게 생길 무슨 일' 이나 '나의 도망'이 E이고, 뒷일은 e2인 것이다.
- "뒷날을 도모한다" : 이 경우 생략된 것은 보통 '우리가 뿔뿔이 흩어진 현재의' 혹은 '세력이 미약한 현재의'가 생략되어있다. 즉, 여기서 중심사건 E는 역시 "뒷날"이 아니라, '우리가 뿔뿔이 흩어진' 혹은 '세력이 미약한'이 되는 것이고, 저기의 "뒷날"은 e2가 된다는 것이다.
즉, 같이 써놓고 보면 생략된 부분과 공통된 부분때문에 매우 헷갈리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나왔던 용례에 따라 똑같이 쓰이고 있는 말들일 뿐인 것이다.
3. 그래서 결론은?
앞뒤나 전후라는 말의 사용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지를 크게는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작게는 일방향으로 흐르는 직선이라고 언어로 표현하는 것 같다는게 내 결론이다. 그리고, 기준이 되는 것은 말하는 중심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고, 그것이 시간에 대한 방향선을 결정하며, 그것에 의해 "앞","뒤"가 결정된다.
4. 요약
- 특정 시간의 사건이 중심이 되면, 시간 기준선은 사건의 접근선(회색선)을 타서 "앞","뒤"를 결정하며,
- 특정 시간의 주체가 중심이 되면, 시간 기준선은 시간의 흐름선(분홍선)을 타서 "앞","뒤"를 결정한다.
끗.
* P.S
이 글을 쓰면서 느낀건데, "전"과 "후"가 가리키는 의미의 범위는 "앞"과 '뒤"의 범위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Posted by er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