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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은 정오에 들었다. 

 그것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이 아닌, 아는 사람의 전화를 통해서.
만우절은 아니었는데다, 최근 노무현씨가 자기의 기본적인 사생활마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괴로와할 지경이었으니, 곧장 사실로 받아들이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 워낙에 뜻밖의 상황이라 좀 놀라긴했지만.

슬픈 사람들도 많이 있는 모양이다.
신난 사람들도 많이 있는 모양이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노무현씨는 우리의 시대가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고, 그 시대는 이명박 대통령 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노무현씨가 검찰이 추정하여 주장하는 대로 개인적 비리가 있었다면, 그것에 대한 합당한 법적 처벌을 받고 끝냈으면 될 일이다. 개인의 비리의 양에 비해 처벌이 부족할 것 같다고? 그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법이 권력형 개인 비리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이고, 그 법을 만드는 의회가 권력형 개인 비리에 대해 민감하지 않다는 뜻이며, 그 의회를 만들어준 우리의 권력형 개인 비리에 대해 생각하는 수준이 딱 그만큼이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렇게하지 않았다. 검찰은 끊임없이 추정뿐인 혐의를 계속해서 뿌려댔고 - 지금 이 상황에서 수사를 종결한다는 검찰의 발표도 웃기다. 만약 권양숙여사가 돈을 정말 수뢰성으로 받은 것이라고 입증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비리가 아니라는 말인가? 자녀들이 받은것도? 준 사람도? 그게 아니라면 왜 주변사람들을 죄인취급하며 불러댄건가? - 언론들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그 떡밥을 받아먹으며 노무현씨의 사생활마저 흔들어댔다. 하지만 그러면 뭐. 여전히 그들의 지지율은 30% 안팎을 잘 유지하고 있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좀 지긴 했지만, 그게 큰 세력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의회의 과반수이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그 계열에 여전히 장악되어 있다.)

 나는 비록 2002년 대선때 노무현을 찍긴 했지만, 그의 당선은 그게 먼 뒷일을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했고 정권 후반부로 올수록 그의 정책과 점점 더 등을 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상식적이었다. 내가 그 정책에 대한  찬반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의 정책적 판단이나 언행이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몰상식했다. 10년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넘어갔고, 경제가 파탄났다는 말에 넘어갔고, 부자들 다 죽인다는 말에 넘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몰상식의 결론으로, 우리의 몰상식을 가장 잘 보여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또, 우리는 탐욕스러웠다. 아파트로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드리겠다던 전과 14범의 몰상식한 인간을 나라의 대표로 아주 합법적으로 - 심지어는 그 전과 14범의 경력을 능력이라고까지 말하며 - 당선시켜줬다.

 그리고 그 결과는 1년 후에 전대통령을 자살로 몰아넣는 것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작 블로그에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상투적인 글이나 끄적거리고, "잊지않겠습니다"라는 듣는 사람없어 공허한 공수표나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현재 우리는, 철저히 무능하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유일한 기회에 우리의 몰상식으로 하여금 우리를 지배하게 허용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나마의 티끌같던 상식을 그 몰상식으로 살해했다. 나는 이게 한국의 현재 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촛불이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촛불은 여전히 명박산성을 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몇년 후 대선에는, 죽은 노무현은 흔적도 없이 여전히 경제와 북한이 반복되는 수준에서의 선거이슈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게 가장 슬프다.

 우리는 지금 현재 몰상식이 상식을 죽이는 시대에 살고있다. 그리고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는 감도 오지 않는다.


* P.S 1 : 고인에 대한 추모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의미라기 보다 한 시대의 살해된 상식을 안타까워한다는 의미에서 진중권씨의 글로 그 뜻을 대신하겠다.(딴지일보의 추모사도 추가한다.)

* P.S 2 : 사실 당일 새벽에 배우 여운계씨가 먼저 별세하셨다. 노무현씨 사건때문에 한두줄 나오다 말았지만, 나름 우리나라 드라마계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람으로써, 더 이상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P.S 3 : 몇몇 분들은 정권에 의해 상식이 죽은게 이번 뿐만이 아니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지만, 이번 일은 다른 일과는 다른 의미로 상당히 상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너그러이 넘어가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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