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략적인 사건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도자기의 작가 호연님에게 지병같은 것이 있었는데, 위장병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진단을 받았더니 갑작스럽게도 심장병이었던 것. 증세가 수술을 해야할 정도였는데, 그 수술 비용이 대략 1억 쯤 되었나보다.(호연님이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았음) 그런데 그나마 의료보험같은 게 되어서 본인 부담금이 10%였고, 그래서 호연님이 당장 수술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 1천만원 이었던것.
2. 하지만 아직 학생인 호연님에게 1천만원이란 돈이 있을리가 없었을 터. 그 동안 상업적 목적으로 다른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지라, 데뷔한 이후 계속 지켜왔던 자기의 소신과 자존심을 꺾고 자기 그림들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대략 한점에 1만원 정도로 후원해주십사 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지금은 그 글이 폭파되고 없지만, 당시 그 글은 꽤나 절박했고 처절했으며, 자신의 자존심과 소신을 어쩔 수 없이 꺾어야 했던 사람의 절절함이 드러나 있었다.)
3. 그러자 1일만에 트랙백 100여개, 핑백 30여개, 댓글 1000여개가 달리면서 블로거들에 의해 호연님의 수술비가 충분히 모금되어 버렸다.
4. 그래서 호연님은 당시 도움요청의 글을 폭파하고 감사의 글로 수정했다. (들몰은 호연님의 또다른 필명이다.)
이 결과. 상당히 훈훈한 이야기 인 것은 사실이다. 블로거들도 웹이나 이오공감의 순기능이라고 자찬분위기이다. 나도 꽤나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도 약소하나마 후원했다. -_-)
하지만, 일단 한 사람은 살린 것이고...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들었다.
1. 호연님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일이 가능했었을까? 라는 점.
2. 심장병은 당장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진단이 나왔음에도 그 금액의 10%. 1천만원이나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라는 점.
그러다보니, 한 가지 만화가 기억이 났다. 천재 외과의사 닥터 덴마가 나오는 만화. "몬스터"
호연님은 어떻게되었든 저렇게 많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로 인해 희망을 얻었지만, 지금도 여러 금전적인 이유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여러 자선사업에 이래저래 돈을 많이 내고 있지만, 여전히 돈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그런 사람에겐 왜 저런 기적이 계속 일어나지 않는걸까. 사람의 목숨이 과연 평등하지 않기 때문일까.
물론 호연님에게 "몬스터"의 금전적 생명관을 가져와 이야기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 호연님은 "신분이 보장된 자"이고, "재능있는 자"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저런 기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사람에게 저런 기적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세상을 꿈꿔야 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호연님이 저런 상황때문에 자신의 소신과 자존심을 꺾는 일이 없도록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이번 일은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고, 또한 기적과 같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 역시 우리의 따뜻한 양심은 살아있어!"라며 심리적 자위행위로 이야기의 끝을 내기에는 사실 더욱 고민해야 할 점이 더 많다.
Posted by erte






